1.
엄밀히 말하자면 요즘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생각한다.
다만 이전과 확연히 다른 점이 몇가지 있는데 그 부분이 정말 심각하다고 느낀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건 바로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점이다.
2.
이게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됐는지에 대해 유추해본다.
부끄러움을 모르지 않던 때에는 누군가 말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표현을 하면 요즘 인터넷에서 하는 사냥해서 획득한 마녀 처형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꽤나 모진 비웃음과 조롱을 바로 그 장소에서 견뎌내야 했다.
대부분 찐친들끼리 서로 까고 노는 정도의 조롱이었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선을 넘는 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있었고 구성원들에 따라, 상황에 따라 심한경우도 있었고 조롱의 대상자가 특히나 이러한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하는 그러한 경우도 있었기에 그리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잘 모르는게 죄가 아니다' 라며 오히려 말실수한 상대를 과도하게 편을 들어 더 불편하게 만들었던 과도기를 지나 실수로 벌어진 일로 사람을 너무 무안하게 만들지 말자 라는 무언의 규칙이 생겨나게 됐다.
3.
배려로 생겨난 이러한 분위기가 완전히 고착되고 그 후에 벌어진 사태가 현시각의 상태이다.
'잘 모르는게 죄'는 아니다.
다만 뻔뻔하게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당당할 일도 아니다.
모두가 '아 부끄러워할테니 너무 뭐라하지 말아야겠다' 하고 뭐라 안하는 것뿐이지 잘 알지도 못하는 걸 입 밖으로 내뱉는 일은 여러모로 부끄러워 해야할 일이다.
모르는 것 자체도 그러하거니와 그런 상태에서 그걸 내뱉는 건 더더욱 그러하다.
4.
물론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더욱 복잡한 일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교육의 폐해가 크다고 본다.
어설픈 논리 교육과 흔히 말하는 토익 스타일의 상확 파악을 들수 있다.
논리에 관한 건 물론 논리를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고난이도의 교육이라는 건 안다.
그러한 교육을 시도한 것은 매우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사실상 시도만 좋게 평가될 뿐 나머지는 전부 낙제점이라는 게 문제다.
논리를 배워서 제대로 된 상황 판단에 써먹는 게 아닌 궤변을 늘어놓거나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논리적 '형식'만 맞춰서 늘어놓는 경우를 훨씬 많이 봤기 때문이다.
5.
사실 문장 해석을 제대로 하려면 단어를 많이 알고,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어휘에 문제가 생기면 총체적 난국이 벌어지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 외에 근원적인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단어, 말의 뜻은 사회적 약속이다.
이 말은 이러한 뜻이고 이러한 때에 쓰는 것이다 하고 사회적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근데 이게 토익적 사고(?)의 영향인지 그냥 제멋대로 파악해서 특정한 상황에서만 해석될만한 경우의 뜻이 전체의 뜻인양 쓰고 다니고 아닌 경우에도 본인이 생각하는 뜻이 맞다고 우기고 다니거나, 심지어 '내가 이 단어의 뜻을 재정립하겠다!' 하고 선언하고 싸지르는 경우까지 목도하게 된다.
6.
너무나도 처참하고 참신할 정도라 이런 경우를 볼때마다 기록해둘까 생각해 본적도 있다.
오늘 목격한 것부터 하나 기록해두겠다.
'일침을 가하다' 라는 말은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이건 본인이 타인에게 '내가 너한테 일침을 가할게' 라는 문장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제3자가 타인이 다른 타인에게 하는 행동에 대한 평가로써 표현할 때 성립이 된다.
근데 오늘 "제가 일침 놔드립니다" 라는 걸 봤다.
7.
이러한 표현을 보면 가장 먼저 드는 기시감이 있다.
유치원 다니는 꼬마가 오늘 유치원에서 배워 온 단어나 표현을 어설프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따라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문제는 유치원생은 귀엽기도 하거니와 그런 모습을 보면 한바탕 신나게 웃고나서 잘 가르쳐주면 되지만 이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큰 성인으로 추정되는 자가 저런 소릴하면 진짜 어디부터 지적을 해야할지 막막하다가 그냥 손을 놓게 된다.
근본부터 잘못된 게 눈에 보이는데 사실상 변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8.
에너지 넘치던 젊은 시절에 수많은 시행착오로 알게된 경험에서 봤을 때 한 2~30명 중에 하나둘 정도 고쳐지는걸 봤는데 그것도 그나마 부끄러움이란 걸 아는 사람만이 변했던 걸로 기억한다.
대로 한복판에 똥싸는 놈을 본 공자가 그를 피한 것처럼 나도 직접 대면은 피하고 내 블로그 와서 끄적여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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