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왕 ST(링크)" 포스팅에서 언급한 ST사의 최신 개발보드를 사려고 호시탐탐 지켜보고 있었다.
2.
ST홈페이지(링크)에서 보면 계속 미국, 유럽만 판매하고 아시아나 월드와이드는 판매하는 곳이 없다고만 나왔다.
그러던 찰나에 마우저에 들어가 봤더니 판매가 되고 있길래 냅다 질렀다.
그게 6월 28일 새벽 1시경의 일이었다.
3.
그리고 28일 오전 거의 9시 정각(출근하자마자)에 마우저 서울 사무소에서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최종 사용자 증명이라는 괴랄한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야 주문이 진행된다는 메일이었다.
4.
"귀하 또는 귀하의 회사가 미국 수출법 및 규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면 자세한 내용을 아래에 기록하십시오. 예 아니오"
이게 첫번째 문항이다.
서류의 내용은 마치 내가 미사일 핵심 부품이나 인공위성 핵심 부품이라도 수입하려했나 하는 생각이 들법한, 일반 개인이 볼 일 없을 그런 내용들이었지만 어차피 서류란게 다 그러려니 하고 대충 다 아니오로 작성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제품의 최종 용도 명시"였다.
5.
'글쎄? 내가 뭘 만들까?'
STM32MP157C-DK2는 개발보드다.
리눅스 올라간 보드라기에 일단 질러서 갖고 놀려고 산거다.
해봤자 뭐 동영상이나 음악재생 쪽으로 쓸거 같아서 간단하게 그렇게 적었다.
대부분의 서류가 그렇듯 이름쓰고 서명도 해야해서 저 거지같은 걸 프린팅해서 이름쓰고 서명하고 스캔해서 메일첨부로 다시 보냈다.
그 와중에 프린터 잉크 떨어져서 리필하다 손가락 잉크범벅된건 안 비밀.
손톱 옆(?)에 아직도 떼낀거 마냥 시커먼거 비밀.
6.
경험자들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해외 전자부품 판매 사이트는 배송속도가 엄청나다.
아무리 DHL이나 FEDEX라 해도 국내배송보다 빠를 때도 있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근데 이 주문건에 대해서는 진행이 안되고 메일 보내도 답도 없고 반응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이것들 일처리 속도가 너무 세월아 네월아로 느껴졌다.
결국 그냥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2시간쯤 뒤에 담당팀에 전달했으니 확인되는대로 진행될거란 보나마나한 메일이 도착했다.
금요일이니 이번주는 글렀군 하고 그냥 넘겼다.
애초에 국내 배송은 안되던 제품이니 그냥 캔슬될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서류 보내란 소리하니 배송되나보다 하는 안일한 생각에 그냥 기다렸다.
7.
월요일이 돌아왔다.
다른 일 때문에 정신이 좀 없기도 했는데 저녁다 되고나서 '어? 왜 연락도 없고 주문도 계속 보류로 뜨지?' 싶었다.
이미 이때쯤 뭔가 잘못됐다는걸 직감적으로 알았던 듯 하다.
그 직감을 거의 확인시켜준건 마우저 한국 사이트에서 STM32MP157C-DK2를 검색해보니 다시 제한된 구매가능 제품이라고 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새 뭐하다 아침에 잠들어서 정신도 혼미한데 어디서 전화가 와서 짜증을 유발시켰다.
잠든지 2시간 정도 된 때였는데 받아보니 "마우저 코리안데요, 메일 보낸거 내용확인 하셨죠?"란다.
아니 뭐 지가 내 직장상사쯤되나 뭘 확인한걸 당연한듯이 저러나 싶었는데 암튼 서류를 다시 보내야 된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자다 깬것도 짜증나고 그 거지같은거 다시 보내라는 것도 짜증나고 피곤해서 걍 다시 잤다.
8.
그리고 점심쯤에 깨서 확인해보니 위에 언급한 최종용돈지 나발인지가 문제란다.
메일 내용.
보내주신 서류 확인되었으나 담당팀으로부터 용도와 최종 사용지에 대해서 상세한 정보 확인을 요청받았습니다. 하기 내용 참고하시어 용도에는 최대한 상세한 정보( 제품명 또는 제공 가능한 정보)를추가로 기입하시어 회신 부탁드립니다.
Specify the End Use for this product’ 란에 아래와 같이 application 정보를 기입해주세요. Hobby, R&D, research 등으로만 기입하실 경우 재작성이 요청될 수 있으니, 최종 사용 목적 및용도에 맞는 상세한 내용을 기재 부탁드립니다. (예시: Wireless charger for mobile phones)
‘What is the Ultimate Destination of this product?’ 란에 물품이 최종적으로 이용되는 도착지 도시명을 기입해주시기 바랍니다. (예시: Seoul, Korea)
딱 저 수준으로 다시 써서 보냈다.
프린트하고 서명하고 스캔해서 말이다 ㅆㅂ.
multimedia device였던 걸 Hobby, multimedia device로
Seoul이던걸, Seoul, Korea로 말이다(주거지는 서울이 아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걍 서울로 씀).
9.
그랬더니 냅다 전화가 왔다.
이렇게 허술하게 적으면 본사에서 거부당한단다.
주소도 풀 주소를 다 적어야 한단다. 이게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린가 싶었다.
멀티미디어 디바이스라고 하면 너무 광범위 하단다.
이때부터 일단 들어보자 하고 들었는데 존나 빡이 치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뭐 구걸을 하는것도 아니고 블로거지마냥 리뷰할테니 하나 달라는것도 아니고 지들이 판다고 해서 내 돈내고 내가 샀는데 뭐 본사 기준이 어쩌고 저쩌고 개소리를 시전했다.
그래서 내가 대체 뭔 기준으로 저딴걸 내놓으라고 하냐 했더만 기준이 제품마다 다르고 공개할 수 없단다.
이때부터 눈이 완전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그럼 기준이 없는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고 얘기하는 꼬라지 들어보면 지들도 말그대로 본사 기준이 뭔지 몰라서 그냥 바짝 엎드려 기는걸로 밖에 안보였다.
여태 해외사이트 관련 구매에서 캔슬되면 캔슬되지 저렇게 발발 기는 병신같은 포지션을 취하라고 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뭔가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럼 그쪽 말대로 PPT하듯 장황하게 뭐 만들건지 설명하고, 어차피 주소도 집으로 배송시킨거니 그대로 적으면 되는데, 그렇게 하면 배송되는거냐?" 했더니 그건 또 본사에서 통과해야 된다는 소릴한다.
이때 직감적으로 마우저 코리아에서 어떤 병신이 한국에 일반 판매 안되는걸 잘못건드려서 판매가 오픈되게 한 상황아닐까 싶었다.
기록상으로 내가 해킹한게 아닌데도 국내에서 구매가 이뤄진 것 자체가 지들한테 문제가 될 수 있는거 아닌가 하는, 충분히 가져볼만한 의심이 들었다.
저런 의심에 더 확신을 하게 된 건, 계속 서류를 더 상세하게 해야된다 어쩐다 하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떠들던 마우저 코리아 인간이, 내가 "취소 되나요?"라고 묻자 급빵끗톤으로 "확인해 봐야겠는데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라고 하고 10초도 안되서 "취소 가능합니다" 란 말이 돌아왔을 때였다.
결론적으로 그냥 거지같아서 취소하면서 판매가 안되면 그냥 캔슬하면 되지 이런 거지같은 경우 처음이다, 본사건 마우저 코리아건 코멘트 전해달라고 하고 전화 끊었다.
10.
지금와서 글쓰다 생각해보니 저 코멘트가 전달될 리는 없어 보인다.
그러니 그냥 직접 본사쪽에 메일 넣어서 연락할 생각이다.
덧.
존나 빡쳐서 거의 실시간으로 포스팅한 것도 오랜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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