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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말 終末
명사 : 계속된 일이나 현상의 맨 끝.
"계속된 일이나 현상의 맨 끝의 끝"이라는 괴랄한 영화를 보게 됐다.
뭐 어둠의 다크야?

2.
이걸 어쩌다 보기로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뇌리셋에는 별생각없는 영화가 짱이지 하고 넷플 뒤적이다 찾아서 봤는데 진짜...

3.
일단 제작비가 얼마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싼티가 엄청 난다.
싸구려티라기 보다는 독립영화의 그 느낌이 말이다.
군용장비들 나오는거나 좀 어설퍼도 폭파장면이나 돈을 아예 안쓴 영화도 아니다.
그럼에도 보이는 모든 장면에서 독립영화의 느낌이 난다.
사실상 완성도도 그러거니와 스토리, 연출에선 영화과 졸작도 아닌 영화동아리 작품의 냄새가 물씬 난다.

4.
우선 개연성이 아예 없다.
진짜 캐릭터간의 갈등 중에 말이 되는 부분이 단 하나도 없다.
그냥 그 장면에 갈등이 필요하니까 아무거나 껴넣는 식으로 찍었다.
이 얘기를 이렇게 퉁치는 이유가 예를 들기 시작하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언급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5.
그렇다고 독립영화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실험적인 내용이나 독특한 소재라도 있는 영화냐, 전혀 아니다.
그냥 어설픈 것만 독립영화 느낌이다.
아까도 잠깐 언급했듯이 제작비도 적지않게 쓴 듯하고 촬영, CG처리 등 세트/도구/촬영 기술적인 면만 보면 메이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어설픈 건 정말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된 게 끝날 때까지 수정이 안됐다고 보면 될듯 하다.

6.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배우들이 가장 안쓰럽게 느껴진다.
뭐 배역을 잘 연기하려고 해도 말이 되는 연출이고 상식선에서 뭐가 맞아야 제대로 할 수 있는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가장 한심하게 보는게 특정 장르의 형식적 답습인데, 이건 로드 무비의 교과서적인 화면 연출이 중반이후로 계속 반복된다.
그렇다고 뭐 그게 꼭 필요했던 상황이냐 하면 아무래도 아닌것 같다.

7.
연출과 캐릭터간의 서사나 갈등도 어거지로 이 '로드 무비의 교과서적 연출'에 맞추다보니 발생한거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도 든다.
뜬금없이 동료(?)가 되었다가 또 뜬금없이 파티를 떠난다.
그리고 이게 반복된다.

8.
불친절한 영화들은 많이 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영화 중에 불친절한 경우는 아주 극소수다.
잘 만들어진 불친절한 영화는 매우 절제를 잘 한 경우로 봐야한다.
이미 세세하게 만들어진 설정이나 세계관이 있음에도 그걸 굳이 친절하게 풀어주지 않는 것 뿐인 것이다.
그걸 만들어 낸 사람이, 그렇게 만들어진 셰계나 설정이 정밀하고 뛰어날수록 자랑(?)하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걸 꾹꾹 눌러담아 화면 곳곳에서 베어나오게 하는 연출은 아무나 하지 못하고 정말 재능과 능력이 꽤나 필요하다.
그러니까 기본 재능에 절제력까지 동반되어야 가능한 연출이란 소리다.
그래서 불친절한 영화의 수가 많아도 제대로 된 영화의 수는 적다.

9
이 영화도 그런 걸 노렸는데 재능이나 능력이 모자라서 실패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한다.
로드 무비의 겉핥기를 열심히 따라하는 걸 보면 감독은 핵심을 보는 눈이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실체가 되는 핵심이 아닌 눈에 보여지는 형식만 답습하기에 급급한 경우라고 보인다.
아마 이런 불친절한 전개도 그냥 형태적인 답습만했다는 거로만 보인다.
알맹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말 최악이다.

10.
진짜 간만에 각잡고 본 영화 꼬라지가 이 모양이라 화가 좀 많이 났다.
젊을 때는 아무리 개똥같은 영화를 봐도 전체적인 영화에 대한 경험치라도 쌓는다는 면에서 위안이 됐는데 이젠 아니다.
일단 열 좀 식히고 블로그나 다시 고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