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튜브에는 진짜 많은 것들이 있다.
아주 가끔씩 엄청난 것을 찾아볼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2.
한때 열심히 기술 습득하자고 각종 강좌나 튜토리얼 같은걸 찾아 헤매던 때가 있었다.
그 때에는 나름 괜찮은 영상들을 찾아서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사실상 어그로 끌려서 '어? 아닌걸로 아는데?'로 시작해 공식 문서 찾아가며 아니라는 사실 확인해가며(?) 지식이 하나둘 늘기 시작한 게 더 많았다.

3.
이제 그냥 뇌 리셋용 웃긴 영상이나 게임 유튜버 영상 등을 주로 보지만 가끔 알고리즘에 이상한 게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요 며칠 전부터 "비전공자가 말하는~~" 같은 류의 영상이 자주 뜨고 있다.

4.
난 문학사이자 어학사기에 나도 비전공자다.
그렇게 모든 부분에서 다 어그로가 끌려버렸다.
우선 단어의 조합만으로 문장을 해석했을 때도 비문에 가까운 표현이기 때문이다.
'비전공자'가 비전공자임을 내세우는 경우는 사실상 전공이 아니라 상세하게 모른다는 내용을 강조할 때 뿐이다.
길게 말할 필요도 없는 내용이기에 짧게 요약하면, 말 그대로 '난 겉핥기 수준으로 아는 사람입니다'가 되는 문장으로 뭔가 권위를 위임받으려는 의도자체가 너무 어그로가 끌린다.

5.
만약 스스로가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전공자보다 더 심도있고 포괄적인 지식을 습득해서 전공자들을 뛰어넘았다는 뉘앙스를 원한거면 그때는 이미 전공/비전공을 언급할 이유조차 없는 상황인 것으로, 명백히 전공자들에게 티배깅 거는 발언으로 보면 맞다.
그래도 그나마 이 경우라면 뭐 본인이 잘났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길수도 있긴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 문제다.

6.
제반 지식 혹은 기초 지식이라 불리는 것들을 바탕으로 몇 차례의 응용을 거쳐 매우 복잡해진 기능을 수행하는 단계에 도달해서 모든 걸 집약시켜 만든 어떤 기능을 쓰고 있는데, 그 기능이 정상 작동할 때에는 기초 지식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오작동을 하거나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에는 바로 알아 볼 수 있다.
당장 구현되는 어떠한 기능이 어떤 구조와 과정을 거쳐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아는 자는 현재의 작동 상태를 보고 어디쯤에서 잘못되었는지 유추가 가능하고 더 상세히 알면 즉시 수정해서 원하던 결과를 얻게 만들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거 없이 그냥 최종 결과물인 기능을 쓰는 법만 배운 자는 할 수 있는 건 그냥 손가락 빨며 누가 고쳐주길 바라는 것뿐이다.

7.
보통 손가락 빠는 포지션을 차지하는 자가 전공 타이틀이 붙은 분야를 껍데기 좀 핥아보고 하는 말에도 뭔가 얻을만한게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굳이 귀를 기울여줘야 하나 싶다.
자다깨서 기분이 별로였나 별거 아닌거에 어그로 끌려서 글로 풀자하고 열심히 끄적대다 보니 이걸 왜 썼지 싶긴하다.

8.
써놓은거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그냥 무시하면 될 일었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글을 썼는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어찌보면 진짜 성질내야 하는 경우는 전문가인 척하며 헛소리하는 경우인데 이에 비하면 솔직하기라도 한거니 그러려니 해야겠다.
된x이냐 설x냐 정도의 차이긴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