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는 소설가인 엄마(캐서린 쿡 브릭스)에게 영향받은 소설가 딸(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이 만들어 낸 소설 캐릭터를 위한 설정장치로 사실상 유사과학과 차이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체계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가 근거없이 시작된 점에서 점성술이나 사주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2.
이러한 언급이 나오면 항상 따라붙는 이야기가 "칼 융의 성격유형론"이야기일 것이다.
이것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요새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명인 외모를 AI로 따서 허위과대 광고한거라 보면 된다.
애초에 칼 융과 함께 뭘 할만큼 접점이 있는 부류가 아니다.

3.
아주 간단하게 이게 어찌된 사기극인지에 대해 설명하자면 칼 융이 주장한 수많은 정신분석이론들 중에 성격유형론 이란게 있는건 맞다.
하지만 외형적인 껍데기만 얼핏보고(제대로 본 것도 아니다) 그냥 '오 이렇게 베끼면 되곘는걸?'하고 만들었단 생각이 들 정도로 허접하게 베꼈다.
대부분의 고도화된 학문이 그러하듯 학자들이 뭔가를 주장하기 위해선 매우 여러가지 가정과 상황과 변수들을 통제하는데 힘쓴다.
칼 융의 성격유형론에도 그러한 거름망이 많은데 그 중 가장 기초라 할 수 있는 '성격'자체에 대한 정의부터 아예 다르다.

4.
칼 융의 성격이론에서 정의하는 '성격'이란 '기능/효용성'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성격'으로 간주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걸 모호하게 사용하는 점에서 MBTI가 유사과학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5.
다들 더 익숙한 MBTI로 예를 들어보자.
우선 설명을 위해 MBTI의 설명이 맞다고 가정하기로 하겠다.
가장 유명해진 "T발놈"의 예를 들겠다.
A라는 사람의 유형이 "T"로 나오고 B라는 사람의 유형이 "F"로 나왔다고 치자.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이 여기서 복합적으로 발생하는데, 이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 '아 A는 T니까 냉철하고 차가울테고 B는 감정적이고 따뜻하겠구나'라고 멋대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이 몇 가지 있다.
T/F로 판명되는 기준은 철저하게 개인의 점수에 따른다.
A의 T/F점수가 (80/60)이고 B의 T/F점수가 (20/40)이라면 A는 T로 나오고 B는 F로 나오는 거다.

6.
이미 뭔가 잘못됐다는걸 알아챘을거다.
'어? A가 B보다 F점수가 높네?'
그렇다, 그런데 이걸 보면 또 '점수가 높다'에 현혹되는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자체도 함정이다.
왜? MBTI의 점수는 "기능/능력"이 아니라 오로지 "선호도"이기 때문이다.

7.
그렇다. 아무리 좋게봐줘도 그냥 개인이 상반된 두 성향 중에 어떤 걸 더 좋아햐느냐에 대한 조사일 뿐이다.
내가 SF영화 좋아하면 냉철한 이성을 가진 사람이고 멜로 영화 좋아하면 감성 풍부한 사람이다 라고 하는 식인거다.
뭐 어느 정도는 들어맞을수도 있겠지만 그냥 때려맞추는거나 차이없는 수준일 뿐이다.
개정판(?) 테스트지가 계속 나오는거로 아는데 애초 근본이 없다보니 기준도 막 바뀌고 말이 계속 바뀌고 있다.
아마도 근본없는 근본(?)의 오류를 메우기 위해 열심히 각 유형으로 판별된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아서 다시 원래의 데이터에 덮어쓰는 식으로 뭔가를 하는거 같은데 결국 시작이 텅텅 비어있는 공상의 산물이기에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답이 없다는게 답일 것이다.

8.
결국 말만 복잡하게 설명하는거지 짜장면/짬뽕 테스트나 매한가지 수준의 것이니 그냥 재미로만 보고 그러려니 하고 넘기길 추천한다.

9.
심지어 원 제작자(?)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는 본인이 쓴 소설에서 인종차별주의자임을 숨김없이 드러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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